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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615
전공경험 에세이 우수작Ⅱ - 강0솜
- 작성일
- 2023.03.08
- 수정일
- 2023.03.08
- 작성자
- hufsgb
- 조회수
- 93
저는 2021년도에 그리스·불가리아학과에 입학하여 그리스학을 전공하고 있는 21학번 강0솜입니다. 그리스학을 전공하기 전에 저는 그리스에 대한 배경 지식과 관심이 부족했습니다. 어렸을 때 대부분 읽는다는 그리스로마신화마저도 저는 읽어본 적이 없어서 신화에 나오는 신들에 대해서조차도 무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학을 전공하고 난 후 ‘그리스’라는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리스학을 만난 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전공 경험 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그리스학이나 불가리아학에 많은 관심이나 이 학문을 전공한 후 어떤 것을 이루어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입학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했기에 한국외국어대학교 입학이라는 큰 목표는 있었지만, 어떤 과에 진학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도중, 고3 시절 제 담임선생님께서 제가 언어와 역사에 흥미가 많으니 역사적으로 유산이 풍부한 나라를 배우는 그리스학과에 지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해주셨습니다. 덧붙여, 제가 배운 그리스학을 잘 활용하면 인문학적으로 풍부한 지식을 얻게 되어 사회에 나가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그리스학과 불가리아학 사이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학과 지원부터 인문학적 소양의 얻음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그리스학에 크게 매료되어, 큰 고민 없이 그리스학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는 유럽 문명의 발상지이자 뿌리입니다. 그리스의 역사, 문학, 예술, 철학, 건축 등이 유럽에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근원이 되는 문명은 언어 즉 그리스어입니다. 그리스어를 배우며 가장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 많은 언어의 근원이 되거나, 그리스어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어를 배운 적은 없어도, 그리스어가 어원이 된 언어나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그리스 단어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언어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수학이나 공학에서조차도 그리스어 알파벳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그 중심에는 그리스어가 있습니다. 그리스 단어를 많이 알면 알게 될수록, 뉴스나 책을 볼 때 심지어 상표를 볼 때도 해당 단어가 어떤 것을 뜻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리스어는 전문적인 학문 분야에 많이 사용되고 있기에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어려운 단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리스어를 배우게 되면, 어려운 학문 용어도 남들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많은 나라의 정치 제도인 민주주의마저도 그리스에서 출발한 것이니 그리스를 알고 배울수록 그리스에 대한 자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암브로시오스 아리스토텔레스 조그라포스 교수님(이하 빠떼 교수님)께서는 제가 초급 그리스어를 배웠을 때 학생들에게 “이 단어 그리스 단어예요.”라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히 영어나 불어라고 생각했던 단어가 대부분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것이라니 저도 놀라우면서 자랑스러웠는데, 빠떼 교수님께서 일상 속에서 쓰이고 있는 많은 단어가 그리스어라는 사실을 강조하신 이유를 시간이 지날수록 알 것 같습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에 발맞춰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럴수록 역설적이게도 인문학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출발선인 그리스학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서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공 수업 외 교양과목을 들을 때도 제가 배우는 그리스학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파생된 사회 현상의 이름의 경우 그리스학을 전공하지 않은 다른 학생들보다 그리스 신화에 대해 자세히 배운 저는 더욱 빠르고 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정치에 대해서 배울 때도, 고전 문학에 대해서 배울 때도 그리스학은 저에게 매우 도움이 되었고, 이러한 점에서도 정말 그리스는 다양한 분야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근간이 되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한편 그리스·불가리아학과에는 다양한 대회나 강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 학과 교수님들이 직접 그리스학과 관련된 강연을 하시기도 하시고, 외부에서 저명하신 분들을 초청하여 특강을 들을 기회도 있어서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넘어 보다 풍부한 그리스학적 지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학과 졸업생 선배님들의 특강도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리스학 전공을 바탕으로 어떻게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 자신의 미래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말하기 대회, 카드뉴스 공모전, 영상 학술제, 그리스 사진전 등의 대회도 존재하는데, 저는 카드뉴스 공모전과 영상 학술제에 참가했었고 두 대회 모두 다양한 주제로 참여 가능합니다. 저는 그리스 신화에서 출발한 영어 어원과 그리스 유명 관광도시라는 주제로 두 회 정도 카드뉴스 공모전에 출품했었는데,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논문, 책 등으로 관련 내용을 자료 조사하며 스스로 몰랐던 내용을 배우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습니다. 영상 학술제에서는 그리스어로 저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형식의 영상을 제작했었는데, 제가 이때까지 배웠던 그리스어로 직접 작문과 녹음을 해보면서 알파벳과 기본 인사만 배우던 새내기 시절에서 어느덧 내가 말하고 싶은 문장을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스스로 생각하여 만들 수 있는 저의 모습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 외에도 그리스어 멘토링 프로그램, 그리스식 커피 만들기 체험, 대사관 방문, 한국어 잘하는 그리스인과의 대화 등 멀게만 느껴졌던 그리스를 피부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특히 저는 그리스 대사관 방문에서 직접 그리스 대사님과 악수도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원어민 교수님 외에 그리스어를 들어본 건 처음이라서 신기하기도 했고 대사님께서 질문하셨을 때 서툴지만 질문에 답할 수 있었던 제 모습이 돌이켜보면 너무 뿌듯합니다.
그리스어는 소수 언어이므로 취업 등 현실적인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부담과 걱정이 될 때도 있었습니다. ‘이 언어를 배운다고 해서 과연 내 인생에 메리트가 될까?’라는 생각도 했었고, 원래는 언어를 배우는 게 재밌다고 생각했었는데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더 어려워지는 그리스어가 버겁게 느껴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수 언어를 전공하는 것은 불리한 점이 아니라 큰 장점이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남들이 아무도 하지 않는 언어는 저만이 유일하게 하는 언어가 그리고 저만의 특별한 특기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건 그리스어는 저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고, 그리스인의 정신은 제가 앞으로 삶을 살아감에 있어 맞닥뜨릴 다양한 정보와 복잡한 상황을 현명하게 읽고 저만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년 동안 배웠던 그리스학이 주는 기쁨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배움을 열심히 가꿔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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